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과 함께 중국 공포증, 이른바 '시노포비아(Sino-phobia)'가 역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 식문화는 저질" "쥐나 박쥐를 먹는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담론이 오가는가 하면, 실제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가 콩고에서 시작됐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듯,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며 과도한 시노포피아는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반중국 인종주의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과 홍콩 등이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는 29일자로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접한 파푸아뉴기니의 국경도 30일부터 폐쇄됐습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29일부터 바이러스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에 한해 입국을 막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사원 등에서 중국인 출입을 막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가게에는 '중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는가 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몇몇 이슬람 사원에서 중국인 출입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더 수위가 높은 발언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노포비아가 널리 퍼진 이유는 바이러스 진원지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 해산물 시장이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시장에서는 여우와 새끼 늑대, 도룡뇽과 공작새, 고슴도치 등이 식재료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고기를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철저하게 재료를 조리하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24일자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첫 임상 사례 중 41건 중 13건이 화난 시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잠복기를 고려할 때 시장이 바이러스의 근원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싱가포르 종교간이해센터의 무함마드 임란 무함마드 타이브 소장은 "중국인을 비인간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출현한 게 아니다. 에볼라가 콩고에서 시작됐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됐듯,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